Beginning

from Murmur 2009. 8. 16. 00:23
 

더 이상 밤에 탄산음료와 과자 먹지 않는 것.

만화 가게에서 혼자 낄낄대며 시간 보내지 않는 것.
노는 게 좋아도, 오직 일에만 매진하는 것.
어떤 일에도 계산적으로 나만 생각하는 것.
헛되이 사람 만나지 않는 것.
술자리에서 과음하여 허튼 소리 안 하는 것.
마음에 없는 일이라도 이로우면 하는 것.
더 이상 사랑 따위는 없다고 믿고 사는 것.
친구들과 어울려 쓸데없는 농담 하지 않는 것.
사랑하는 사람이 생겨도 모르는 척 지나치는 것.

이것들이 세상 사람들이 말하는 소위
'철듦'이라면, 절대 철들지 말아야지.
이를 악물며, 나의 철들지 않음으로 인해 살기 힘들어도 절대 철들지 말아야지,
죽는 날까지 그냥 이렇게 썩어 문드러져 가야지.

단 한 순간도 철 따위는 들지 말아야지.

박광수 - 참 서툰 사람들 中



















처음 이 글을 읽을 때 내게 해당되는 것들(사랑.. 과음.. 계산적인 것 등등..)에 대해
나 자신에게 동의하며 고개를 끄덕이다, 마지막에 머리에 카운터 펀치 한 방 맞은 것 마냥...

그래...
다른 사람 앞에서 꼭 완벽하게 보이려 할 필요 없잖아.
가끔 좀 흐트러져도, 좀 서툴수도 있지...
나도... 철 들지 말아야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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