끄적끄적...

from Murmur 2009. 10. 29. 00:32




내 마음조차도 내 맘대로 할 수가 없다.
오늘은 29일이고, 끄적끄적한 건 23일이지만...
그 때 생각이 지금 생각과 많이 다르지 않고,
이제 이 글이 여기에 보여도 괜찮을 것 같다.




한 남자가 한 여자를 만납니다. 한참이나 어색한 시간이 흐릅니다. 하지만 불편한 시간은 아닙니다. 어색한 사이지만 오래 알고 지낸 듯 마음이 편안합니다. 참 오랜만에 마음 한 구석이 저려오듯 설레이는 시간입니다. 함께하는 시간이 길어질수록 더욱 즐겁고 행복합니다. 많은 대화를 나누지만 눈도 제대로 마주치지 못하고 괜히 먼산만 바라보며 미소 띈 얼굴로 이야기를 나눕니다. 힐끔힐끔 곁눈질이 늘어갑니다. 주어진 시간이 너무 짧아 안타까운 마음이 늘어갑니다. 그래도 참 행복합니다. ...... 헤어질 시간이 다가옵니다. 아쉬운 마음이 더해갑니다. 점점 말수가 줄어듭니다...

처음 만났을때보다 더 많이 어색한 시간이 흐릅니다. 마음이 그러라고 합니다. 그래야 한다고 합니다. 그리고 헤어질 준비를 합니다. 그러고 싶지 않지만 그래야 합니다. 시간이 되었습니다. 짧게 인사를 나눕니다. '안녕'이라 말합니다. 끝까지 그 눈을 마주치지 못합니다. 함께 걸어간 길을 혼자서 돌아나옵니다. 뒤를 돌아보지 않습니다. 아니, 뒤를 돌아보지 못합니다. 돌아보면 아쉬워 하는 내 마음이 들킬 것 같습니다. 함께 했던 장소를 벗어나 함께했던 시간보다 혼자인 시간이 점점 길어집니다. 무작정 걷습니다. 이어폰을 따라 귓가에 울려퍼지는 조용한 노래 가사가 아쉬움을 그나마 달래줍니다. 이른 저녁 길거리가 참 아름답지만 눈에 들어오지 않습니다. 하루 동안의 행복을 애써 추억으로 묻어두려 합니다. 이런 느낌은 처음입니다. 하지만 아니란 걸 알기에 고이 접어두려 합니다. 잘 되지 않을 걸 알고 있습니다. 그래도 노력을 해 볼 생각입니다. 한동안은 못난 얼굴에 새로 생긴 버릇이 문득문득 아쉬운 기억만 가득한 추억을 꺼내줄 것 같기도 합니다.

- 금요일 저녁 종로 거리에서...




길을 걸어가며 책을 읽는걸 즐겨한다.(가만히 앉아서 책을 보기엔 난 너무 참을성이 없는 걸지도 모른다 조금만 더 참을것을...) 내 시야 속에 책이 보이고 좁지만 책 위로 보이는 거리의 모습을 살짝살짝 살펴가며 마주오는 사람들을 피한다. 이번엔 책 대신 핸드폰을 들었다. 처음 와보는 길인데도 무작정 핸드폰만 바라보며 걷는다. 핸드폰으로 끄적끄적 뭔가를 써 본건 처음이다. 글이란 걸 써본 적도 없으니 글솜씨라는게 있을리도 없고 맞춤법도 제대로 알지 못한다. 하지만 어디든 뭔가 적고 싶었다. 무작정 핸드폰만 보며 걸은 시간이 한 시간 정도 되었나, 아는 길이 나온다. 아는 버스에 올라타 멍하니 밖을 바라본다.




결국엔 이렇게 되버리고 말것을 알면서도... 혼자 힘들었으면 될 것을... 그러지 못해 정말... 미안해...




쏟아지는 빗 속에 나 혼자일 때
길 잃은 밤에 문득 돌아선 골목
빛나는 내 꿈이 세상에 꺽일 때
그 때 다시 널 부른다면 모른 척 해 줘.

따뜻한 햇살처럼 내게 준 행복
힘겨운 언덕 위를 올려다 볼 때
술 취한 밤에 문득 생각날 때면
그 때 다시 널 부를까봐 그게 두려워...
- 메리 아줌마




작은 원망... 정 때게 놔두지 그랬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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