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요일, 해가 중천인데도 일어날 이유가 없다. 오늘은 그냥 계속 누워 쉬고싶어 무작정 멍하니 TV를 바라본다. 자주 보지 않던 프로그램 '남자의 자격'(부제 - 남자, 지리산을 가다) 재방송을 보고 불현듯 내가 다녀온 지리산이 생각난다. 남자의 자격에선 화엄사-노고단-반야봉팀과 중산리-장터목-천왕봉팀으로 나눠서 2박 3일의 일정을 소화했다. 물론 겨울산, 쉽지 않은 촬영이었을 것 같다. 문득 내 기억속에 있는 여름 지리산의 모습에 옛 생각이 새록새록...


〃1일(전주-화엄사-노고단 대피소)


벌써 6년 반이나 지난 기억이다. 2003년 7월 말 친구들과 함께 전주에서 화엄사로 떠난다. 더운 여름 오후 1시쯤 도착 화엄사에 도착 2박 3일간의 지리산 종주 산행을 시작한다. 아직은 가벼운 마음으로 화엄사에서 함께 한 컷.







화엄사(華嚴寺)...
전남 구례군 마산면(馬山面) 황전리(黃田里) 지리산 노고단(老姑壇) 서쪽에 있는 사찰.
쓸 말이...








화엄사를 떠나 지리산 노고단으로 향하는 초입의 대나무 숲이 운치있다.










화엄사에서 노고단을 향해 오르다 보면 노고단 대피소 산장으로 이어지는 도로가 나오기 직전 등산로에 있는 돌에서 한 컷. 온 몸이 땀으로 범벅이다. 남자의 자격에서도 저 장소에서 촬영을 한 것으로 보인다.








4시간 정도 걸려 도착한 노고단 대피소. 한 때는  친척형이 일을 했던 곳이어서 형 덕에 무료로 3명이서 4명 자리를 배정받고 넓게 잘 수 있었다.









노고단에서 보이는 하늘. 밤이 되면 도시에서는 볼 수 없는 별이 가득하다.










친구와 노고단 대피소 입구에 앉아 첫 날 산행의 피로를 푼다.












〃2일(노고단 대피소-삼도봉-연하천 대피소-벽소령 대피소-세석 대피소)


새벽 4시에 일어나 부시시하게 아침을 해먹고 5시에 노고단 정상을 향해 출발.










반야봉으로 가는 길에 있는 전라북도, 전라남도, 경상남도에 걸쳐있는 해발 1550m에 위치한 삼도봉(三道峰). 표지석에 각 도의 명칭이 적혀있다.









삼도봉에서 내려가는 길... 힘들어 죽겠다.



















연하천 대피소. 첩첩산중에 위치해 있어서 파는 물건들도 비싸고 시설도 그저 그렇지만 등산객들이 쉬어 가기엔 최적의 장소이다. 지나가던 등산객이 주신 막대사탕을 입에 물고있다.






벽소령 대피소를 향해 가는 도중 막대사탕을 여전히 문채로 잠깐 쉬며 늘상 하던 짓을 한다. 멍때리기...









벽소령 대피소를 거의 코 앞에 두고 그늘속에서 바위에 기대어 잠시 쉰다. 오늘도 역시 온 몸이 땀으로 범벅이다.

















세석 대피소로 향하는 도중 멀리 장터목 대피소와 천왕봉이 눈에 들어온다. (11시 산정상 : 천왕봉, 6시 산중턱 : 장터목 산장)









산이란 것이 오르락 내리락의 연속이겠지만 엄청난 수의 계단을 오르기란 좀처럼 쉽지가 않다. 힘겹게 오른 뒤 다시 그 계단을 돌아본다.









세석 대피소에 도착한다. 산 속에서의 일기는 시시각각 변하지만 운이 좋았는지 오후 4시쯤 세석 대피소에 도착한 후에 곧 장대같은 비가 쏟아진다. 사진은 세석 대피소 앞으로 펼쳐진 세석평전의 모습이다. 장터목 대피소로 가기 위해선 사진의 왼쪽으로 난 길을 통해 세석평전을 넘어가야 한다. 이른 저녁을 먹고 야간 산행을 위해 잠시 이곳에서 눈을 붙인다. 







〃3일(세석 대피소 - 장터목 대피소 - 천왕봉 - 장터목 대피소 - 백무동 계곡 - 전주)

저녁 10시쯤 세석 대피소를 출발해 장터목 대피소로 향하는 야간 산행 도중 이름 모를 산 정상에서 잠시 쉰다.
















새벽 2시쯤 장터목 대피소에 도착해 추위와 배고픔을 라면으로 때우고 잠시 쉬다 새벽 4시쯤 일출을 보기위해 천왕봉으로 향한다. 하산을 위해선 장터목 대피소를 다시 거쳐가야 하기에 짐을 모두 대피소에 두고 산행을 시작한다. 천왕봉 바로 앞에 위치한 통천문에서 한 컷. 장터목에서 천왕봉에 이르는 새벽 등산길을 정말 가관(응? 장관;; )이다. 가보지 않은 사람은 정말... 이른 새벽 시간에 천왕봉 정상에 도착한다.











해발 1915m 천왕봉 정상에 서서 주위를 둘러본다. 멀리 도시의 불빛이 보이긴 하지만 내 눈 높이에 달 과 별들을 제외하곤 아무것도 보이지 않는다. 기분이 새롭다. 산 정상에서 바람을 피해 몸을 웅크리고 일출을 기다린다. 새벽 하늘 금성이 잠시 모습을 드러내더니 조상 3대가 덕을 쌓아야만 볼 수 있다는 지리산 천왕봉 일출이 내 눈 앞에 펼쳐진다. (사진 화질이... -_-)

 

 



〃 
남자의 자격 프로그램을 통해 지리산을 다시 보게 됐다. 이미 국민학생이던 시절 겨울에 노고단을 다녀간 경험과 두 번의 종주(1999년 여름, 2003년 여름)를 한 지리산이기에 더욱 생각이 많이 나 문득 옛 사진들을 찾아 그때 기억을 되짚어본다. 어느새 6년이 넘는 세월이 지났고 정말 힘든 기억이었지만 다시 또 한 번 가보고 싶어진다. 해발 1915m 높이의 지리산 천왕봉이지만 2박 3일 혹은 3박 4일에 걸쳐 노고단에서 천왕봉에 이르는 주능선을 종주해야하는 산이기에 해발 1950m의 제주도 한라산보다 힘들게 올라야 하는 산이지만 더욱 많은 생각을 하게되고 많은 것을 느낄 수 있게 해주는 곳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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