혼자 보호자 대기실에서 수술이 끝나기만을 기다린다. 언제 끝날지 모를 수술이 길어질 수록 나도 지쳐간다. 새벽시간 텅 빈 보호자 대기실이 조금은 무섭다. 전신마취를 해야하는 수술이기에 조금 걱정이 되긴 한다. 재수술까지 들어가는 바람에 긴 시간이 지나고 친구 녀석이 나온다. 많이 지친 모습으로 힘겹게 나에게 건낸 첫 마디. "축구 이겼냐?"
-_- 개쉑,,,
저녁 10시에 4시간에 걸친 긴 수술 끝내주시고 자정에 다시 오셔서 미안하지만 재수술 해야한다 하시던 의사 선생님. 자정에 재수술 해주셔서 정말 감사합니다. 덕분에 평일날 날 샐 수 있었습니다. 안그랬으면 새벽 2시 즈음 친구 잠들고 차편도 없는데 심야할증 택시 타고 집으로 갈뻔 했습니다. 재수술 덕분에 날새고 아침 6시에 지하철 타고 집에 갈 수 있었습니다. 그리고 덕분에 어제 6시 칼퇴근해서 11시간 푹 잤습니다... 씁쓸........
〃2010년 1월 2일 08시 퇴근 길
전날 저녁에 출근, 다시 하늘이 조금 밝아지고 나서야 퇴근을 한다. 경인년 새해의 시작이 그리 순탄치만은 않은듯. 한강은 이미 얼어버렸고 며칠 뒤 있을 폭설을 예고하듯이 눈발이 심상치 않다. 집으로 걸어가는 길, 아무도 지나가지 않은 눈길을 밟는 기분이 그리 나쁘지는 않다. 밤새 일하다 심심하면 야경이나 찍어볼까 오랜만에 들고 나간 카메라를 꺼내 무작정 셔터를 눌러 본다. 하얀 세상을 담겼으면 하고 기대했지만 눈에 보이는 것 만큼이나 사진 속 세상도 회색 빛이다. 그래도 마음이 차분히 가라앉는게 편안한 느낌이다.
서른이라는 꼬리표를 단지 어느덧 벌써 일년. 일상에 변화가 없었기에 서른이 되던 그 때도 서른 하나가 되기 직전인 지금도 특별한 감정은 없다. 올 해는 뭘 했는지 뭘 위해서 그렇게 달렸는지 생각해보고 싶지만 기억력이 따라주질 않는다. 도대체가 특별했던 몇 가지를 빼곤 기억이 나지 않는다. 이렇게 서른이라는 나이를 실감하는건지도... 책상 위 달력을 2009년 1월부터 12월까지 차례대로 넘겨가며 적혀있는 것들을 보며 생각해보니 많은 일들이 있었고 그 중에서는 몇 가지 기억나는 일들도 있지만 일상을 벗어나 여행을 하고 좋은 사람들을 만난게 올해의 가장 소중한 기억이 아닐까 싶다. 그 중에서도 몇가지를 꼽아보자면 2009년 기억에 남는 몇 가지 사건은 올해 초 한 사람을 위해 정말 많이 노력했지만 내가 힘들어 그 사람을 놓아버리고 결국엔 헤어졌고 많이 힘들었다는 것과 미친짓 몇 가지 정도... 또 그 미친짓 중에 하나는 내년에도 기회가 된다면 꼭 하고 싶은,, 혼자서 2주 정도 준비하고 계획해서 혼자서 떠난 제주도 여행. 주위 사람 대부분이 미쳤다 했지만 2009년 내가 한 일 중에 제일 뿌듯하고 기억에 많이 남는 일이다. 지도 하나 들고 발길 닿는대로 떠나는 건 내게 이젠 설레임 가득한 일이 되어 버렸다. 또 다른 미친짓은 그 미친 여행 중에 만나 잠깐이지만 여행을 함께하고 좋아하면 내가 힘들어질 걸 알면서도 그 사람을 좋아해버린 것. 지금 그 사람의 기분이야 어떨지 모르겠지만 나 자신한테는 정말 몹쓸짓이라는 건 알아버렸다. 많이 그립고 보고싶지만... 그러나 저러나 서른 이라고 생각한게 정말 엊그제 같은데 1년이라는 시간이 참 빨리 가는 것 같다. 대학생활때의 1년 보다 더 빨리... 앞으로도 왠지 그렇게 빨리 흘러버릴 것 같은 시간. 조금 더 노력해서 의미 있는 시간들을 만들어야겠다. 새해에는 또 어떤 일들이 일어날지 모르겠지만, 조금 더 나은 2010년이 되었으면 좋겠다.
덧1, 올해 말에 새롭게 만나 좋은 추억을 많이 만들어준 블로그 친구들과 모두들 궁금해 하던 정양 덕분에 다사다난했던 2009년, 참 많이 행복했고... 고맙습니다.
덧2, 언제 이 글을 볼 수 있을지못볼지도 모르지만 진심으로 청산리벽계수님의 쾌유를 빕니다.
어쨌든 '결혼'에 대한 이야기를 하다보면 남자들이 여자보다 결혼 자격조건에 고민하는 것 같다. 대개 경제적인 이유로 고민을 하게 되는데 '살 집'을 마련하지 못했다거나 최소한의 결혼비용조차도 마련하지 못했다는 말이 주를 이룬다. 생각해보면 결혼에서 있어서 남자들이 받는 중압감은 크다. 일반적으로 남자들이 생각하는 결혼 적령기는 집과 자동차, 약간의 저축금이 마련되었을 때 가능하다고 생각한다.
돈? 최대한 내 능력껏 아끼며 살았다. 하지만 이래저래 나보다 더 오래 사회 생활한 선배들도 결혼과 함께 빚더미에 앉았다. 서울에서의 삶은 그런가보다... 하고 생각한다.
여자? 요즘은 집에서도 슬그머니 압박이 들어온다. 요즘 좀 짜증나고 힘들고 또 이런 내가 한심해서 그런지 혼자 사는게 편하겠다는 생각도 든다.
집? 며칠 후면 취업해서 서울 올라온지 어느덧 만 4년이다. 그 때 내 수중에 만 원짜리 몇 장이 전부였다. IT관련 일 하는 사람이 돈 많이 벌었다는 이야기 들어 본 적 없다. 수입이라곤 월급이 전부다. 집이 있을리가 없다.
차? 놀러갈때는 좀 필요하다 싶기도 한데 아둥바둥 돈 모으며 사느라 살 생각 한 적이 없다. 요즘 그냥 살까라고 생각하기도 하지만...
그리고... 난 이제 며칠 후 서른 하나다.
덧, 그렇게 두렵지는 않다. 이것저것 전부 남의 눈 의식하며 살고 싶진 않으니까...
난 내 생활에 만.족.한.다.
〃
오랜만에 약속이 없던 금요일. 갑자기 약속이 생긴 금요일. 11시 쯤 집으로 돌아와 이것저것 소모적인 일을 하고 새벽 1시쯤 잠을 청한다. 문자 소리에 놀라 잠을 깬다. 회사다. 다시 잔다. 또 문자, 또 문자, 또 문자... 다시 이불 속으로 기어 들어간다. 최대한 몸을 웅크리고 다시 잠을 청한다. 11시간을 자고 나서야 침대 밖으로 기어 나온다. 이런 날엔 침낭 하나 사서 그 속에 들어가 애벌레 놀이라도 하고 싶다. 그래도 목표 달성은 했네... 이걸로 일주일은 또 버틸 수 있을 것 같다.
〃
약속이 있었던 토요일. 갑자기 약속이 취소 된 토요일. 빨래를 돌리고 청소를 하고 샤워를 한다. 아직 2시간 쯤 남았지만 일 할 준비를 한다. 이런 저런 음악을 찾아 들으며 가쉽거리로 눈요기를 한다. 일 할 시간이 됐다. 역시나 제대로 되는게 없다. 답답한 시간이 꽤 지나고 11시 반이 되서야 대충 마무리가 된다.
"좀 제대로 준비 해놓고 일을 진행하라고! 주말 저녁에 밥도 못 먹고 이게 뭐 하는 짓이냐고!"
자정이 가까운 시간에 슬리퍼를 질질 끄시며 동네 마트로 향한다. 이것 저것 주섬주섬 담는다. 맥주 앞에서 발길이 멈춘다. 언제부턴가 생긴 버릇. 맥주를 보면 잠깐 서성이는 버릇. 오늘은 그냥 지나친다... 집으로 돌아와 대충 한참 늦은 끼니를 때운다. 그리고 어둠의 경로를 통해 받아둔 'The Soloist'를 본다.
〃
August Rush(2007), Drum Line(2002)같은 음악을 소재로 한 영화라고 기대했던 건 사실이다. 위 장면에서 제일 몰입한 것 같기도 하다. 살짝 괜히 글썽이기도... 실화를 바탕으로 만들어진 영화. 실존 인물과 매우 흡사한 외모를 가진 두 연기파 배우(Jamie Foxx, Robert Downey JR)의 캐스팅. 하지만 초반 음악으로 감흥을 전해주는 듯 하더니 기대완 달리 음악으로 영화 전체를 포장하지는 못 했으며 두 주인공의 관계에 초점이 맞춰지며 후반에 다다를 수록 어딘가 어색하고 지루해져버린 영화. 다만 영화 보는 내내 주인공들의 시적인 대사에서 이런 저런 생각을 하게 만든 영화.
혼자 연주 하는 사람. 그냥 요즘은 혼자라는 말이 서글프다.
I hope you sleep well, Mr. Lopez.
I hope the whole world sleeps well.
설비아비의 계절(한문에 태클 금지 -_- ). 눈은 내리고 나는 살찌는 계절. 긴장해야겠다.
점심시간을 맞아 눈이 펑펑 내린다. 서울에서 보는 첫 눈이다.
불현듯 점심을 먹다 생각한다.
연말이라 벌써부터 다들 송년회다 망년회다 준비를 하는데 먹을 일이 많겠구나.
이번주만 화요일, 수요일, 목요일, 금요일, 토요일.. 죄다 약속이 잡혔다.
바쁜게 좋긴 하겠다. 생각이 덜 날수도 있으니. 술 마시면 더 생각날지도 모르겠지만.
덧 > 밤새 꿈자리가 뒤숭숭하다.
그 사람이 나와 함께 있어 좋았으나...
아버지께서 편찮으시더라는... 집에 전화한통 넣어야겠다.